글쓰기 연습/에세이

분노일기. 버틴다는 말의 무게

다민(多旼) 2021. 4. 1. 19:44

남자비율이 훨씬 많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지금 속해있는 팀도 인원이 많은 팀이지만 여자는 나 혼자다.

 

출장도 많은 편에 타 부서, 타사와 부딪히는 일이 많아 힘들어 하는 팀이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버틸 수 있냐?"라는 말이었다.

 

아 뭐.. 아가씨 이딴 소리도 종종 들었다.

일을 하러 회사에 왔지만 여전히 회사원이 아닌 여자로 보고 자기보다 아래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지금 3년째인데, 아직도 저런 소릴 듣는다 참...

 

오늘 갑자기 이렇게 울분이 담긴 글을 쓰는 건 어쩐지 여기에라도 해소를 해야할 것만 같아서 글을 적고있다.

 

2달 금주 중인데 정말 소주 한 잔 하고싶은 날이다.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되었는데 직급이 높은 사람이 주로 하는 업무라 나도 걱정이 되긴했다.

 

근데 타 부서원들이 나를 두고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토론을 했다고 한다.

 

참 세상 한가한 사람들 많다. 

 

굳이 그 말을 전해듣는데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경험과 직급문제(타부서와 자주협의해야해서...직급이 중요하다...)때문에

 

프로젝트를 넘겨야하는 건가 고민 중이었는데.. 이젠 뭔가 넘기면 지는 기분이 되버렸다.

 

매번 이런 거에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고 대처하려 노력하지만 아직까진 잘 되지않는다.

 

진짜 속된 말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똥밭에서 구른다고 다들 흔히 말한다.

 

나는 다시 기로에 섰다. 

 

저런 말때문에 올해 내가 고생을 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직급 높은 사람한테 프로젝트를 넘겨줘야하는 건지 고민이다.

 

프로젝트를 하면 충분히 버틸(?!) 아니 해낼 자신은 있다. 

 

일이 해결안되면 도와줄 선배도 있고, 여태 경험한 것이 있기 때문에 끌어갈 자신도 있다.

 

부족한거야 하면서 채우면 되니까!

 

그치만...회사생활에 굳이 자존심 걸면서 고생길이 보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성문제엔 이성적인 판단이 잘 안된다.

 

내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언제 세상에 초연해질까...

 

버틴다는 말이 이토록 기분나쁜 말이었다는 걸 회사생활 하면서 자주 느낀다.

 

누군가는 '울고불고 할 줄 알았는데 제법 버틴다?'라는 말을 내게 했었으니...

 

'당신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게 뭐가 있나요?'라고 반박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이 아쉽다.

 

이렇게 글로 써내려가니 그래도 조금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다.